디올 쟈도르 후기, 예쁜데 정이 안 간다는 말이 왜 나올까요

디올 쟈도르 후기를 읽다 보면 칭찬과 아쉬움이 묘하게 붙어 있어요. 예쁘다는 말 바로 뒤에 그런데 정이 안 간다는 말이 따라오고, 우아하다는 평 옆에는 차갑다는 평이 나란히 있거든요.

향이 나쁘다는 얘기는 거의 없는데도 어딘가 아쉽다는 반응이 계속 보이길래, 대체 뭐 때문인지 후기들을 좀 모아봤어요.

꽃을 겹겹이 쌓아 매끈하게 다듬은 디올 쟈도르

디올 쟈도르
디올 쟈도르

1999년에 나왔고 조향사는 칼리스 베커, 2001년에는 향수 업계 시상식에서 여성 부문 상까지 받았어요. 처음 올라오는 게 서양배와 멜론, 목련, 복숭아, 만다린이고 중간이 자스민과 은방울꽃, 튜베로즈, 프리지아, 장미, 오키드, 마지막에 남는 게 머스크와 바닐라, 시더예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트 목록이 유난히 긴 데다 흰 꽃만 네다섯 종류가 들어가는데, 바로 이게 쟈도르의 성격을 만들어요.

원래 자스민이나 튜베로즈 같은 흰 꽃에는 동물적인 구석이 있어요. 진하게 맡으면 살짝 비릿하거나 눅진한 기운이 도는데, 사실 그게 이 꽃들의 매력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쟈도르는 그 부분을 눌러놨어요. 여러 꽃을 겹쳐서 어느 하나가 튀지 못하게 만들고, 앞에는 과일을 배치해 부드럽게 열리도록 했죠.

그러다 보니 결과물이 정말 매끈해요. 흠잡을 데가 없는데, 문제는 그 흠 없음이 오히려 정 없다는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거예요. 사람 살 냄새가 아니라 잘 만들어진 물건 냄새처럼 느껴진다는 얘기죠. 후기에서 계산적이라거나 인형 같다는 표현이 나오는 게 딱 이 지점이에요.

물론 같은 이유로 실패도 적어요. 흰 꽃 향수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쟈도르는 괜찮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에서 과일이 꽃의 무게를 덜어주고 꽃끼리도 서로를 눌러주니까요. 향수 취향을 잘 모르는 사람한테 선물해도 무난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옛날 향 같다는 향수

좀 오래된 느낌이라는 후기가 꽤 보이는데, 알고 보면 쟈도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예요.

1999년에 이 향수가 크게 성공하고 나서, 비슷한 짜임의 향수가 정말 많이 나왔어요. 과일로 열고 흰 꽃을 겹겹이 쌓는 방식이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를 잡은 거죠.

그러다 보니 원조인 쟈도르가 오히려 익숙하게 들리게 됐어요. 처음 나왔을 땐 새로웠던 향이 지금은 어디서 맡아본 것 같은 향이 돼버린 셈이죠.

성분이 바뀌어 왔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20년 넘게 팔린 향수다 보니 그사이 들어가는 향료가 여러 번 손을 탔고, 후기에도 구병과 신병이 다르다는 말이 꾸준히 나와요.

구병은 예전에 생산된 제품, 신병은 요즘 생산된 제품을 부르는 말이에요. 이유로는 향료 사용 규제가 계속 강해졌다는 점, 그리고 천연 자스민과 튜베로즈 값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같이 지목돼요.

신병에 대한 평은 대체로 비슷한데, 예전보다 순하고 파우더 같은 결이 늘었고 피부에 가깝게 붙는다는 쪽이에요. 좋게 보면 다듬어진 거고 아쉽게 보면 옅어진 거죠.

그리고 하나 더 조심하실 게 있어요. 쟈도르는 오 드 퍼퓸 말고도 오 드 뚜왈렛, 인피니심, 파르퓸 도, 로르까지 버전이 여러 개예요.

이름은 같은데 향은 꽤 다르거든요. 후기를 읽을 때 어느 버전 얘긴지 확인 안 하면 헷갈리기 쉽고, 온라인에서 살 때도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 한 번씩 보고 가시면 좋아요.


몇 번 뿌릴지, 어디서 뿌릴지

확산이 큰 편이라 두 번만 뿌려도 팔 길이 밖으로 퍼져요. 좁은 실내라면 한 번으로도 충분하고요. 지속은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정도인데, 시간이 지나면 꽃이 빠지면서 머스크와 바닐라가 파우더처럼 부드럽게 남아요. 옷에서는 더 오래가고요. 다만 신병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평이 많으니, 생각보다 향이 옅게 느껴진다면 잘못 산 게 아니라 성분이 바뀐 영향일 수 있어요.

어울리는 자리는 성격이 분명해요. 결혼식이나 모임, 상견례처럼 격식 있는 자리에 잘 맞고 원피스나 정장 같은 단정한 옷과 잘 붙어요. 계절은 봄과 가을이 특히 좋고요. 반대로 아주 좁은 실내나 한여름 낮은 피하시는 게 나은데, 흰 꽃은 더울수록 무거워지는 성질이 있거든요. 편한 친구들이랑 만나는 자리에도 살짝 과할 수 있어요.

장단점을 짧게 묶어보면, 실패가 거의 없고 선물용으로 안전하다는 게 제일 큰 강점이에요. 흰 꽃을 어려워하던 분도 무난하게 받아들이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서 정품 걱정도 적죠. 반대로 개성이 약해 기억에 남기 어렵다는 점, 너무 유명해서 흔하다는 점, 라인이 많아 헷갈린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에요. 100ml 정가가 29만원대라 가볍게 지르기엔 부담도 있고요.


쟈도르가 애매하다면 이런 향수들

좀 더 가벼운 쪽을 원하면 같은 브랜드의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오 드 뚜왈렛이 있어요. 훨씬 어리고 산뜻한 인상이라 쟈도르가 무겁게 느껴졌던 분들한테 편해요.

여러 꽃이 섞인 게 복잡하게 다가왔다면 아쿠아 디 파르마 매그놀리아 인피니타 쪽을 보세요. 흰 꽃 중에서도 목련 하나에 집중한 향이라 훨씬 정리돼 있어요. 과일 쪽이 더 좋았다면 조 말론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코롱이 있는데, 서양배와 프리지아 조합이라 가볍고 확산도 작아서 부담이 적고요. 반대로 쟈도르가 밋밋하게 느껴졌다면 프레데릭 말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를 보시면 되는데, 장미와 파출리, 인센스 중심이라 이 계열의 정반대 끝에 있는 향수예요.

쟈도르는 못 만든 향수가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잘 만들어서 생긴 문제에 가깝죠. 모난 데를 다 깎아내면 누구한테나 맞긴 하는데, 대신 기억에 남을 구석도 같이 사라지거든요. 쟈도르에 붙는 아쉬움은 대체로 여기서 나오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갈리는 것 같아요. 실패 없는 향수를 찾고 있다면 이만한 선택지가 드물고, 나만의 향을 찾고 있다면 다른 쪽을 보시는 게 맞아요. 어느 쪽이든 구매 전에 어느 버전인지는 꼭 확인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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