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티크 오 데 썽, 오렌지 꽃보다 비터 오렌지가 먼저 느껴지는 향

오렌지 꽃 향수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꽤 까다로운 편이에요.

처음에는 환하고 부드럽게 피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달큰하고 눅진하게 남는 경우가 많아서, 시향은 좋았는데 정작 출근 전 손이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리거든요.

딥티크 오 데 썽은 바로 그 무거움을 피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금 다른 답을 내놓는 향이에요.

꽃을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비터 오렌지와 주니퍼 베리의 날렵한 씁쓸함을 앞에 세워 오렌지 블로섬이 한쪽으로 달라붙지 않게 잡아주더라고요.

2016년 조향사 올리비에 페슈가 만든 오 드 뚜왈렛이에요. 플레르 드 뽀를 만든 조향사이기도 해서 두 향이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 데 썽은 피부에 붙는 파우더리함보다 비터 오렌지 나무 전체를 훑는 듯한 초록빛과 쓴맛이 훨씬 선명해요.

오렌지 블로섬과 비터 오렌지, 주니퍼 베리, 안젤리카 루트, 파출리 다섯 가지로 구성됐고, 브랜드 역시 가지와 잎, 꽃, 열매까지 한 병에 담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해요.

노트가 많지는 않은데도 뿌린 직후와 두세 시간 뒤의 방향이 꽤 달라서, 이 향은 첫 향 하나로 판단하기가 애매하긴 했어요.

딥티크 오 데 썽, 오렌지 블로섬이 눅진하지 않은 이유

딥티크 오 데 썽
딥티크 오 데 썽

흰 꽃 향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인돌이에요. 오렌지 블로섬 안에도 있는 이 성분은 농도가 짙어질수록 동물적이고 눅진한 인상을 만들 수 있는데, 그래서 어떤 오렌지 꽃 향수는 달콤함이 지나친 뒤 답답하게 남기도 해요.

그런데 오 데 썽은 그 꽃향을 설탕처럼 달게 밀어붙이지 않아요. 비터 오렌지의 껍질 같은 쌉싸름함과 주니퍼 베리의 알싸한 기운이 반대쪽에서 계속 당겨주니, 꽃은 분명히 있는데도 공기가 탁해지지 않는 쪽에 가까워요.

처음 맡으면 오렌지 꽃보다 비터 오렌지가 먼저 느껴진다는 제목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더라고요. 화사한 꽃다발이나 달큰한 네롤리 향을 예상했다면 조금 더 드라이하고 거칠게 느껴질 수 있어요.

반대로 흰 꽃 향은 좋아하지만 끈적한 잔향 때문에 늘 망설였던 사람이라면, 이 씁쓸한 시작이 오히려 훨씬 다루기 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어요.

딥티크 오 데 썽 시향, 첫 30분은 진토닉처럼 차갑게 시작돼요

주니퍼 베리는 진의 핵심 재료라 향수 안에서도 서늘하고 톡 쏘는 느낌을 만들어요. 오 데 썽에서는 비터 오렌지와 맞물리면서 진토닉이나 캄파리처럼 차갑고 쌉싸름한 칵테일 기운이 나는데, 이 구간이 뿌린 뒤 약 30분 동안 가장 또렷하게 살아나는 편이에요.

한여름 외출 전 손목에 뿌렸을 때, 달콤한 시트러스보다 드라이한 시트러스가 먼저 올라오는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첫 향이 가장 큰 매력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다만 이 시원함만 보고 가벼운 시트러스 향수라고 생각하면 뒤에서 조금 달라질 수 있어요. 드라이다운으로 넘어가면 오렌지 꽃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는 안젤리카 루트와 파출리, 주니퍼가 겹쳐 꽃을 닮은 질감을 만드는 흐름이에요.

안젤리카는 뿌리에서 얻는 원료라 초록빛이 감도는 사향 같은 면을 보이고, 파출리는 그 위에 부드럽고 약간 흙을 닮은 깊이를 남겨요. 이 조합 때문에 처음의 칵테일 같은 쓴맛이 사라진 뒤에도 향이 텅 비지 않고, 오래 머무는 오렌지 꽃 향처럼 읽히는 것 같았어요.

지속력, 한두 번보다 네다섯 번 분사가 중요한 이유

오 데 썽은 아껴 뿌리면 금방 날아간 것처럼 느낄 수 있는 향이에요. 조향사도 이 향을 제대로 느끼려면 넉넉히 분사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는데, 한두 번만 뿌리면 초반의 시트러스만 잠깐 지나가고 잔향의 결을 충분히 보기 어려울 수 있어요.

네다섯 번 정도 분사했을 때 초반에는 주변으로 시원하게 퍼지고, 이후에는 몸 가까이에서 안젤리카와 파출리가 차분히 남는 구조가 더 잘 드러나더라고요.

확산은 중간 정도예요. 첫 한두 시간은 가까운 사람에게도 제법 전해질 만큼 맑게 퍼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팔 길이 안쪽으로 좁혀지는 편이에요.

피부에서는 네 시간에서 여섯 시간 안팎, 옷감에서는 여덟 시간 이상 남았다는 반응이 있어 오 드 뚜왈렛치고 아주 가볍지만은 않아요.

매장에서 시향한다면 소심하게 한 번만 뿌리지 말고, 두세 시간 뒤 잔향까지 확인해야 이 향의 실제 지속력과 파출리 결을 판단할 수 있겠어요.

활용, 여름 낮과 사무실에서 더 어울리는 이유

이 향은 체온이 올라가고 공기가 더운 날에 비터 오렌지와 주니퍼의 청량함이 잘 살아나는 편이에요. 여름향수로 여름 낮이나 더운 나라 여행길, 주말 오후 브런치 카페처럼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간대에 잘 붙어요.

리넨 셔츠나 코튼 소재의 밝은 원피스처럼 시원한 질감의 옷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향이 달거나 묵직하지 않아 출근길 사무실에서도 과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적어 보여요.

낮 결혼식이나 돌잔치처럼 향이 너무 크게 튀면 곤란한 자리에도 활용할 만해요. 반면 공기가 차가운 겨울 저녁에는 쌉싸름한 시트러스가 힘을 잃고, 존재감을 분명히 남겨야 하는 자리에서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어요.

파출리의 미세한 흙내음이나 클래식한 비누 같은 인상이 끝까지 남는 편이라, 이 부분이 싫다면 여름이라고 해도 만족도가 갈릴 수 있겠더라고요.

대체 향수

오 데 썽의 씁쓸한 비터 오렌지보다 맑고 투명한 꽃향을 더 보고 싶다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오 드 코롱이 비교 대상이에요. 오렌지 꽃의 초록빛과 쓴맛은 덜어내고, 깨끗한 프리지아 하나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방향이에요.

정돈된 비누 같은 인상은 좋지만 보다 부드럽고 소프트한 머스크 결을 원한다면 로에베 아이레 수틸레사를 함께 맡아볼 수 있어요.

상큼한 시트러스에 무화과의 달큰함을 더해 한층 편안하게 가고 싶다면 아쿠아 디 파르마 피코 디 아말피가 다른 선택지가 되고요.

반대로 오 데 썽의 쌉싸름한 시트러스는 마음에 드는데 더 길고 묵직하게 남았으면 좋겠다면 르 라보 베르가못 22 쪽이 더 가까울 수 있겠어요.

오 데 썽은 꽃향보다 비터 오렌지와 주니퍼가 남긴 차가운 씁쓸함이 먼저 기억나는 향이었어요.

부쉐론 향수 다른 포스팅 보기

다른관점의 포스팅 소개~

나이키 에어맥스 Dn8

나이키 신제품이 출시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