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마르지엘라 레이지 선데이 모닝은 후기들이 이렇게 말이 안 맞기도 힘들어요.
햇볕에 잘 마른 침대 시트 같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냥 싸구려 세제 냄새라는 사람도 있거든요.
여기에 하나가 더 붙는데, 할머니 댁 화장실 비누 냄새가 난다는 후기예요. 세탁 세제랑 옛날 비누는 전혀 다른 냄새인데 어떻게 한 병에서 둘 다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서, 후기들을 분석해 봤어요.
세제 냄새 얘기가 나오는 건 알데하이드 때문

2011년에 나온 향수고, 조향사는 프랭크 뵐클이에요. 적혀 있는 노트는 호주 샌달우드, 시더, 파피루스, 가죽, 카다멈, 아이리스, 바이올렛, 앰브록스예요.
이름만 보면 백단향이 쭉 깔릴 것 같은데, 실제로는 탑노트 구간에 나무가 아니라 아이리스와 바이올렛이 먼저 올라온대요. 서늘하고 살짝 민트 사탕 같은 인상이 스쳤다가, 그다음에야 마른 나무와 가죽이 따라온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브랜드에서는 불 꺼진 자리에서 나는 연기에 비유하더라고요.
피클 냄새 이야기, 어느 노트에서 나오는 걸까요
2013년 메종 마르지엘라 레플리카 라인으로 나온 향수고 조향사는 루이즈 터너예요. 브랜드가 붙인 설정 자체가 갓 세탁한 리넨 시트에서 늦잠 자는 일요일 아침이라, 애초에 세탁 냄새를 노리고 만든 향수인 셈이에요.
처음 올라오는 게 알데하이드와 서양배, 은방울꽃이고 중간이 아이리스와 장미, 오렌지 꽃, 마지막에 남는 게 화이트 머스크와 앰브레트, 파출리예요.
여기서 열쇠는 맨 앞의 알데하이드예요. 이 원료는 오래전부터 세탁 세제랑 비누 향에 워낙 많이 쓰여서, 우리 코가 이걸 맡으면 자동으로 빨래를 떠올려요.
레이지 선데이 모닝은 이 알데하이드를 꽤 세게 쓰는 편이라 뿌리자마자 훅 올라오는데, 후기에 목이 따끔하다거나 코를 찌른다는 반응이 보이는 것도 초반 이 구간 때문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그냥 세제겠죠. 중간에 아이리스가 들어와요. 아이리스는 차갑고 파우더 같은 향에 살짝 금속성이 도는 원료인데, 이게 알데하이드 위에 얹히면 밋밋한 세제 냄새가 한 단계 정리돼요.
후기에서 갓 마른 린넨이라고 부르는 게 바로 이 지점이에요. 결국 코가 알데하이드를 먼저 잡느냐 아이리스를 먼저 잡느냐로 평가가 갈리는 거예요.
옛날 비누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알데하이드에 아이리스랑 장미를 얹는 조합은 20세기 중반 클래식 향수들이 즐겨 쓰던 방식이에요. 그래서 그 시절 향수나 화장품을 기억하는 분들한테는 이 짜임이 옛날 냄새로 읽히더라고요.
여기에 장미가 생각보다 세게 나온다는 점도 한몫해요. 장미가 머스크와 만나면 존재감이 확 커지는데, 이 향수에서는 그 정도가 꽤 큰 편이에요.
후기에 장미가 다 덮어버린다거나 다른 브랜드 유명 머스크 향수랑 비슷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것 때문이고요.
깔끔한 세탁 향만 기대하고 시향하러 갔다가 장미 때문에 접는 경우가 꽤 있으니, 이 부분은 미리 알고 가시는 게 좋아요.
개성이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보이는데, 사실 이건 이 향수가 애초에 냄새를 빼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서 그래요. 사무실 향의 최종보스인데 너무 무난하다는 평이 딱 그 얘기예요.
다만 향수 티 나는 걸 싫어하는 분한테는 그게 오히려 이걸 고르는 이유가 되니까, 단점이라기보다 관점 차이에 가까워요.
뿌리는 법과 지속력, 그리고 어울리는 자리
퍼지는 힘은 약한 편이에요. 방을 채우지 않고 팔 길이 안쪽에 머물러서 가까이 온 사람만 알아채요.
지속은 피부에서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정도인데, 네 시간쯤 지나면 거의 피부에 붙는 수준으로 좁아져요. 오 드 뚜왈렛 농도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고요.
지속이 아쉽게 느껴진다면 피부보다 옷깃이나 스카프에 뿌려보세요. 옷에서는 하루가 지나도 남아 있어서 체감이 꽤 달라져요.
어울리는 자리는 성격이 분명해요. 출근길, 사무실, 학교, 병원, 좁은 회의실처럼 남한테 향으로 부담 주면 안 되는 자리에 딱이에요.
확산이 약한 게 여기서는 오히려 장점이 되는 거죠. 흰 셔츠나 단정한 니트 같은 옷과도 잘 붙고, 시간대는 이름 그대로 아침이랑 낮이 제일 어울려요.
반대로 존재감이 필요한 자리에서는 아쉬워요. 소개팅이나 파티처럼 기억에 남고 싶은 자리라면 다른 걸 쓰시는 게 나아요. 향이 나쁜 게 아니라 애초에 그런 용도로 만든 향수가 아니거든요.
정리해두자면 장점은 어디서 뿌려도 실례가 안 된다는 것, 남녀 구분 없이 쓸 수 있다는 것, 계절을 안 탄다는 것, 향수 처음 쓰는 분한테 부담이 적다는 것, 그리고 니치 브랜드치고 가격대가 높지 않다는 점이에요.
단점은 앞에서 말한 초반 알데하이드와 장미, 여기에 비슷한 세탁 향 향수가 워낙 많아서 구분이 어렵다는 지적 정도예요.
대체 향수 후보
알데하이드가 부담이었다면 딥티크 플레르 드 뽀가 있어요. 아이리스랑 머스크만 남기고 그 찌르는 구간을 덜어낸 느낌이라 훨씬 부드럽고 피부에 가깝게 붙어요. 장미가 걸렸다면 로에베 001 맨 쪽이 나은데, 머스크와 샌달우드 중심이라 꽃 없이 담백하게 가요.
좀 더 밝고 상큼한 쪽을 원하면 캘빈 클라인 CK ONE도 후보예요. 가격이 훨씬 낮아서 이 계열이 나한테 맞는지 시험해보기 좋고요. 반대로 꽃 쪽으로 더 가고 싶다면 산타마리아노벨라 프리지아 오 드 코롱이 있는데, 프리지아 하나에 집중한 맑은 향이라 깨끗하면서도 화사해요.
레이지 선데이 모닝은 향으로 존재감을 만드는 향수가 아니에요. 오히려 존재감을 지우는 쪽으로 만들어졌고, 그래서 개성이 없다는 지적과 부담이 없다는 칭찬이 한 세트로 따라다녀요.
그러니 이 향수는 어떤 자리에서 쓸 건지가 먼저인 것 같아요. 매일 출근길에 뿌릴 무난한 향을 찾는 거라면 후보에 넣을 만하고, 한 병으로 여기저기 다 쓰고 싶은 상황이라면 좀 애매해요. 그리고 세탁 향만 상상하고 접근하면 어긋날 수 있어요.
장미가 생각보다 앞에 나오는 향수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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