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킬리안 엔젤스 셰어를 물어보면 나오는 반응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겨울마다 이것만 쓴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향하고 십 분 만에 손목을 씻었다는 사람도 있어요. 재밌는 건 양쪽이 맡은 냄새는 거의 똑같다는 점이에요. 사과파이, 시나몬롤, 오래된 술 저장고. 표현이 이렇게까지 겹치는데 결론만 정반대로 나오는 게 신기해서, 후기들을 좀 모아서 정리해 봤어요.
킬리안 엔젤스 셰어 사과파이향 맞아?

일단 뭐가 들어갔는지부터 볼게요. 처음 올라오는 게 코냑이고 중간이 시나몬과 통카빈과 오크우드, 마지막에 남는 게 프랄린과 바닐라와 샌달우드예요.
2020년에 나왔고 조향사는 브누아 라푸자인데, 브랜드 대표인 킬리안 헤네시가 코냑 집안 출신이라 이런 향수가 나왔다고 해요.
참고로 엔젤스 셰어라는 이름은 술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는 동안 저절로 날아가 버리는 양을 부르는 말이래요. 천사가 가져간 몫이라는 뜻이죠.
보시다시피 사과는 어디에도 없어요. 그런데도 사과파이라는 말이 계속 나오는 건 통카빈 때문이에요.
이게 건초랑 아몬드랑 바닐라를 한데 섞어놓은 것 같은 냄새가 나는데, 여기에 시나몬이 붙고 뒤에서 프랄린이랑 바닐라가 받쳐주면 코가 이걸 재료 하나하나로 안 읽어요. 그냥 오븐에서 방금 꺼낸 뭔가로 통째로 받아들이는 거죠.
계피랑 단맛이랑 고소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우리 기억이 알아서 파이 쪽으로 붙어버리는 것 같아요.
코냑이 들어갔는데 정작 술 냄새는 별로 안 나요
이것도 자주 나오는 얘기인데, 맨 앞에 코냑이 적혀 있으니 술 향을 기대하고 맡아보면 오히려 나무통 쪽에 가까워서 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오크우드가 마른 나무 결하고 살짝 그을린 느낌을 만들어주는데, 여기에 달콤한 성분이 얹히면서 오래 묵은 술 같은 인상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후기에 술 그 자체보다 술 저장고, 오래된 바 카운터 같은 표현이 훨씬 많이 보여요. 술병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술이 담겨 있던 공간의 냄새에 가깝다는 얘기예요.
첫향에 쿰쿰한 냄새가 스친다는 후기도 꽤 보였는데, 뿌린 직후 십 분쯤 축사 비슷하게 눅눅하고 동물적인 냄새가 스친다는 거예요.
통카빈이나 오크우드에 들어 있는 건초 같은 뉘앙스가 사람에 따라 그렇게 읽히는 것 같은데, 다들 그런 건 아니고 개인차가 꽤 있어 보였어요.
중요한 건 이게 오래 안 간다는 점이에요. 십여 분만 지나면 사라지고 우리가 아는 그 달콤한 향으로 넘어가거든요. 그러니까 시향할 때 조금 참아 봐야 할듯요.
하나만 계속 쓰기 힘들다?
이 향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맛이 한 번도 안 끊겨요. 코냑의 달콤함으로 시작해서 시나몬의 매콤달콤함으로 이어지고, 그다음 프랄린과 바닐라가 받으니까 중간에 상큼한 시트러스나 풀 향으로 숨 돌리는 구간이 아예 없는 셈이에요.
대비가 없으면 코가 쉴 틈이 없다 보니, 단 향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끝까지 좋은 향인데 아닌 사람한테는 십 분 만에 부담이 되는 거죠.
향이 나쁘다기보다 취향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는 짜임이에요.
그리고 이 조합이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아서인지, 비슷한 향수가 정말 많이 나왔어요.
이름값은 큰데 구성 자체는 단순한 편이라 그렇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요즘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계피 바닐라 향을 맡을 수 있어서 예전만큼 특별하진 않다는 반응도 함께 보여요.
퍼지는 힘도 남는 시간도 둘 다 평균 이상이라, 두 번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어요. 세 번 넘게 뿌리면 좁은 실내에서 주변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기 쉽고요. 후기에 두통 얘기가 종종 나오는데, 읽어보면 향 자체보다 너무 많이 뿌려서 생긴 문제인 경우가 많아 보였어요.
지속은 여덟 시간 이상 가고 옷에 묻으면 다음 날까지 남아요. 시간이 흐르면 초반의 술 느낌이 빠지면서 나무 향이 앞으로 나오는데, 파우더를 살짝 뿌린 것처럼 부드럽게 정리되거든요. 오히려 이 마지막 구간이 제일 좋다는 분들도 많았어요.
후기에서 반복해서 나온 장점
처음 맡는 사람도 바로 반응한다는 얘기가 제일 많았어요. 무슨 향수 쓰냐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된다더라고요.
겨울에 특히 잘 맞는 것도 강점인데, 기온이 낮을수록 단맛이 차분하게 정리돼서 나온다고 해요. 성별을 안 타서 남녀 모두 잘 쓴다는 반응도 압도적이었고, 리필 병이 따로 나와서 다시 살 때 조금은 덜 부담스럽다는 점도 종종 언급됐어요.
반대로 불호는 가장 큰 건 역시 단맛이에요. 안 맞는 사람은 시향 십 분이면 알아채요.
여름에는 쓰기 어렵다는 얘기도 많았는데, 더울수록 달콤함이 무겁게 눌러앉는다고 하더라고요.
앞에서 말한 대로 비슷한 향수가 워낙 많아져서 희소성이 좀 떨어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요. 그리고 식사 자리에서는 음식 냄새랑 겹쳐서 서로 손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와요.
엔젤스 셰어가 잘 어울리는 자리
가을과 겨울 저녁 약속에 제일 잘 붙어요. 바나 조용한 술집, 연말 모임 같은 자리를 떠올리시면 되는데, 향 자체가 오크통이랑 구운 디저트 쪽이다 보니 그런 공간의 분위기와 결이 잘 맞거든요. 옷도 코트나 두꺼운 니트처럼 무게감 있는 쪽과 잘 어울린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피하는 게 나은 자리도 꽤 분명한 편이에요. 여름 낮, 좁은 사무실, 그리고 식당이요. 특히 밥 먹는 자리는 웬만하면 피하시는 게 좋은데, 달콤한 향이랑 음식 냄새가 섞이면 음식 맛도 향도 다 애매해져 버려요. 시간대는 저녁 이후가 편하고, 아침 출근용으로 쓰기엔 존재감이 좀 큰 편이에요.
대체 향수 후보
같은 계열인데 가볍게 쓰고 싶으면 엔젤스 셰어 온 더 록스가 있어요. 같은 뼈대에 상큼한 시트러스를 얹어서 서늘하게 다듬은 버전인데, 오리지널이 무겁게 느껴졌던 분들이 제일 많이 갈아타는 쪽이에요.
다만 삼십 분쯤 지나면 결국 오리지널이랑 비슷해진다는 평도 같이 있으니 참고하시고요.
달콤하면서 좀 더 어두운 쪽을 원하면 디올 소바쥬 엘릭서가 있는데, 라벤더랑 감초 중심이라 방향은 다르지만 진하고 오래 가는 성격이 닮았어요.
단맛에 씁쓸함을 섞고 싶다면 르 라보 떼 마차 26이 괜찮고요. 말차의 쌉싸름함이 있어서 달아도 유치하게 안 가요. 좀 더 독특한 단맛이 궁금하다면 롤리타 렘피카도 후보인데, 호불호는 더 갈리는 대신 가격이 낮아서 이 계열이 나한테 맞는지 시험해보기엔 좋아요.
엔젤스 셰어는 좋은 향수냐 아니냐로 답할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결국 단맛이 처음부터 끝까지 안 끊기는 걸 견딜 수 있느냐, 그거 하나로 갈려요.
시향하실 거면 두 가지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아요. 초반 십 분에 쿰쿰한 게 스쳐도 거기서 판단하지 마시고, 한 번만 뿌린 다음 세 시간쯤 지나서 다시 맡아보세요. 그때 남아 있는 나무 향이 이 향수의 진짜 얼굴에 훨씬 가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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