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소바쥬 후기를 읽다 보면 좀 신기한 점이 있어요. 싫다고 쓴 사람들도 정작 냄새가 나쁘다는 말은 잘 안 하거든요.
대신 이런 얘기를 해요. 헬스장에서도 나고, 아침 엘리베이터에서도 나고, 첫 데이트 자리에서도 났다고요. 그러니까 향이 별로라는 게 아니라 너무 흔한 게 문제라는 거예요.
그럼 이 향수는 쓰면 안 되는 걸까요. 후기들을 좀 모아봤어요.
디올 소바쥬를 이해하려면 앰브록산 하나만 기억

2015년에 나왔고 조향사는 프랑수아 드마시예요. 처음 올라오는 게 베르가못과 사천 후추, 중간이 라벤더와 제라늄과 핑크 페퍼, 마지막에 남는 게 앰브록산과 시더예요.
뿌리면 베르가못이 날카롭게 열려요. 상큼하다기보다 서늘하고 각이 서 있는 쪽이에요. 거기에 사천 후추가 붙으면서 알싸한 기운이 생기고, 그 뒤로는 앰브록산이 끝까지 깔려요.
이 앰브록산이 사실상 소바쥬의 전부예요.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앰버그리스라는 원료가 있는데, 그 향을 인공적으로 구현한 게 앰브록산이거든요.
특징이 두 가지예요. 아주 조금만 써도 멀리 퍼진다는 것, 그리고 마르고 따뜻하면서 살짝 짭짤한 인상을 준다는 것. 갓 마른 빨래랑 사람 살결 사이 어디쯤이라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소바쥬는 이 원료를 아주 세게 쓰는 향수예요.
가격을 생각하면 지속이랑 확산이 좋은 것도 그래서고요.
금속 냄새 같다는 말은 왜 나올까요
앰브록산을 진하게 쓰면 마른 느낌이 강해져요. 여기에 사천 후추의 알싸함과 라벤더 특유의 서늘한 기운이 겹치면 차갑고 단단한 인상이 만들어져요.
후기에서 금속성이라거나 합성적이라고 말하는 게 딱 이 지점이에요. 냄새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꽃이나 나무 같은 자연물보다 인공물 쪽에 가깝게 들린다는 얘기예요. 나무 향이나 꽃 향처럼 자연 원료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 부분에서 갈릴 수 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향이 크게 안 변해요. 중간을 채우는 라벤더랑 제라늄이 있긴 한데 앰브록산에 금방 묻히거든요.
그래서 처음 뿌린 향이랑 여섯 시간 뒤 향이 거의 비슷해요. 이걸 지루하다고 보는 분이 있고, 예측이 되니까 편하다고 보는 분이 있어요. 향수를 여러 개 돌려가며 쓰는 분한테는 아쉬운 점이고, 하나만 쓰는 분한테는 오히려 장점이 되는 부분이에요.
소바쥬가 욕먹는 이유의 절반은 양 때문
이게 이 글에서 제일 실용적인 얘기 같아요.
앰브록산은 코가 굉장히 빨리 적응하는 원료라, 한 시간쯤 지나면 뿌린 본인은 거의 못 맡아요. 그러니까 안 나는 것 같아서 자꾸 더 뿌리게 돼요. 소바쥬가 과하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 상당수가 여기서 나와요. 향수 자체는 두 번이면 충분한데 네 번 다섯 번씩 뿌리는 거죠.
실제로 확산이 꽤 커요. 두세 번만 뿌려도 초반 두어 시간은 방을 채우고, 그 뒤로도 팔 길이 밖으로 퍼져요. 지속은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고 옷에서는 더 오래 남고요. 좁은 사무실에 계신다면 두 번 이하로 줄이시는 걸 권해요.
흔해진 이유는?
두 가지가 겹쳤어요. 하나는 그냥 많이 팔린 거예요. 워낙 판매량이 커서 어디서나 마주치게 됐고요.
다른 하나가 좀 더 재밌는데, 앰브록산이라는 원료 자체가 2010년대 중반 이후 남성 향수의 표준 재료가 됐어요. 그래서 소바쥬가 아니어도 비슷한 인상의 향수가 계속 쏟아져 나왔죠.
결국 소바쥬를 안 쓰는 사람도 비슷한 냄새를 풍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예요. 흔하다는 지적이 소바쥬 하나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고요.
어울리는 자리와 피하는 게 나은 자리
출근길, 미팅, 야외 활동, 편한 저녁 자리에 두루 잘 맞아요. 셔츠나 재킷 같은 단정한 옷과도 잘 붙고요.
시간대를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는 게 이 향수의 성격이라, 아침에 뿌리고 나가서 저녁 약속까지 그대로 가도 어색하지 않아요.
피하는 게 나은 자리는 분명해요. 아주 좁은 공간, 격식 있는 자리, 그리고 상대가 향수에 예민한 자리요. 확산이 커서 양 조절이 쉽지 않거든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본인은 못 맡는 상태라 더 조심해야 하고요.
장단점을 짧게 정리하면 이래요. 60ml 14만원대 가격에 이 정도 성능이면 괜찮은 편이고, 어디서 뿌려도 크게 실패하지 않고, 계절도 안 타고, 향수 처음 사는 분한테 무난하고, 구하기 쉬운 데다 할인도 자주 있어요.
반대로 흔하다는 점, 인공적인 인상,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 오프닝이 날카롭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에요.
흔한게 싫다면?
날카로운 오프닝이 부담이었다면 같은 라인의 소바쥬 오 드 퍼퓸이 있어요. 날 선 부분을 바닐라로 다듬어서 훨씬 순하게 열려요.
흔한 게 진짜 싫으신 거라면 르 라보 어나더 13 쪽을 보세요. 같은 앰브록산을 중심에 두되 상큼한 부분을 걷어내서 훨씬 조용하고 특이해요.
좀 더 격식 있는 자리가 많으시면 샤넬 블루 드 샤넬 오 드 퍼퓸이 어울리고요. 반대로 소바쥬에서 처음 열리는 그 서늘한 시트러스가 제일 좋았다면 르 라보 베르가못 22가 그 구간을 길게 늘려주는 향수예요.
소바쥬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은 사실 향 얘기가 아니더라고요. 남들과 같은 걸 쓰는 게 괜찮은가에 대한 얘기예요.
후기 중에 좋은 청바지 같은 거라는 표현이 있었어요. 남들도 입지만 그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는 뜻이죠. 반대로 그게 싫어서 안 쓴다는 분도 있고요. 어느 쪽이든 틀린 말은 아니에요.
다만 쓰기로 하셨다면 양만은 꼭 줄이세요. 두 번이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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