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디 파르마 피코 디 아말피 후기는 대체로 한곳에서 갈려요. 향 자체는 정말 좋은데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쪽이에요.
칭찬과 불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구조에서 나와요. 처음부터 가볍고 생생한 여름 향을 만들었으니 기분 좋게 시작하고, 그만큼 오래 붙어 있기는 어려운 거예요.
2006년 블루 메디테라네오 라인으로 나온 이 향은 아말피 해안의 무화과나무를 담겠다는 데서 시작했어요.
열매만 넣은 것이 아니라 잎과 나무까지 함께 다뤘어요. 이탈리아 레몬과 베르가못, 자몽, 시트론으로 문을 열고 무화과 넥타와 핑크 페퍼, 자스민이 이어져요. 마지막에는 무화과나무와 시더, 벤조인이 남아요.
아쿠아 디 파르마 피코 디 아말피 향, 자몽과 무화과 잎이 어울리는 이유

자몽에는 상큼함 뒤에 살짝 쿰쿰하고 날카로운 느낌을 남기는 유황 계열 성분이 있어요.
무화과 잎에도 비슷하게 초록빛이 돌고, 약간은 쌉싸름한 유황 느낌이 있어요.
둘을 그대로 만나게 두면 시고 쏘는 인상이 거칠어질 수 있어요. 종이 사포처럼 까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아쿠아 디 파르마 피코 디 아말피는 자몽 옆에 레몬과 베르가못, 시트론을 여러 겹으로 붙여뒀어요.
자몽과 무화과 잎이 가진 날을 다른 시트러스가 둥글게 감싸주는 식이에요. 그래서 유황 계열 특유의 거친 면이 불편하게 남기보다, 막 껍질을 벗긴 과일처럼 신선하게 느껴져요.
이 부분이 이 향을 잘 만들었다는 평가로 이어져요. 시트러스 향수는 많지만 자몽의 쌉싸름함과 무화과 잎의 풋내를 이렇게 같이 보여주는 경우는 흔하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상큼한데 시간이 지나도 평범한 레몬 향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무화과 향수인데 열매와 잎향 모두있다?
무화과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어요. 잘 익은 열매에서는 크리미하고 꿀 같은 단맛이 나고, 잎을 찢었을 때는 풋내와 초록빛 쓴맛이 올라와요.
대부분의 무화과 향수는 둘 중 하나를 중심에 두는 편이에요. 달콤하고 부드러운 과육 쪽으로 가거나, 잎과 줄기의 그린한 느낌을 앞세우는 식이에요.
피코 디 아말피는 그 둘을 나눠서 보여줘요. 초반에는 자몽과 무화과 잎의 초록빛이 먼저 서고, 한 시간이 지나면 무화과 넥타의 크리미한 단맛이 조금씩 올라와요.
그래서 실제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 같다는 후기가 나와요. 열매만 맡는 향도 아니고, 잎만 맡는 향도 아니라서 더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다만 크리미한 무화과와 자스민이 함께 남으면서 여성 쪽으로 기운다는 남성 후기들도 있어요.
남성 향수라는 틀 안에서 묵직하고 드라이한 향을 기대했다면 생각보다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어요. 반대로 여름에 밝고 과일 같은 향을 찾는다면 이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해요.
지속력, 짧게 느껴지는 이유
지속력은 세 시간에서 다섯 시간 정도라는 후기가 많고, 더운 날에는 두 시간 만에 약해졌다는 말도 있어요.
시트러스가 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레몬과 자몽, 베르가못처럼 가벼운 재료가 앞에 있기 때문이에요.
시더와 벤조인이 베이스를 잡고는 있지만 향을 무겁게 눌러주는 정도는 아니에요. 오 드 뚜왈렛 농도라는 점도 영향을 줘요.
그래서 지속력이 짧다고 해서 이 향이 덜 만들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피코 디 아말피는 하루 종일 진하게 남는 향보다, 더운 날 넉넉히 뿌리고 기분 좋게 다시 쓰는 쪽에 맞춰진 제품이에요.
옷에 뿌리면 피부보다 훨씬 오래 남고, 작은 병에 덜어 다니며 오후에 한 번 더 사용할 수도 있어요.
확산은 처음 한 시간에 가장 크고 그 뒤에는 몸 가까이로 좁혀져요. 시향할 때는 두 번만 가볍게 쓰기보다 넉넉히 뿌려보고, 지속력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조금 낮춰두는 편이 나아요.
한 시간 뒤 초록빛이 빠지고 크리미한 무화과가 올라오는 변화를 보는 재미가 있는 향이에요.
피코 디 아말피 라 리제르바, 지속력만 아쉬울 때 비교할 이유
원본의 향은 마음에 드는데 지속력만 아쉽다면 라 리제르바 버전이 비교 대상이 돼요.
이 버전은 두 달간 숙성해 향의 밀도를 높였고, 후기에서도 지속력이 원본보다 확실히 낫다는 평이 많아요.
원본을 좋아하는데 오후마다 다시 뿌리는 일이 번거로운 사람이라면 이 차이가 필요할 수 있어요.
다만 라 리제르바는 가격도 함께 올라가요. 그래서 처음부터 더 진한 버전을 고르기보다, 원본의 자몽과 무화과 조합이 마음에 든 뒤 지속력만 부족할 때 넘어가는 편이 자연스러워요.
그런데 향의 방향 자체가 싫다면 지금 이 버전이 답이 되지는 않아요.
여름 향수와 사무실 향수로 쓰기 좋은 계절과 장소
피코 디 아말피는 한여름 낮에 가장 잘 맞아요. 바다나 휴양지 여행, 브런치와 카페 약속처럼 햇볕이 있는 낮 일정에서 자몽과 무화과의 물기 있는 느낌이 잘 살아나요.
리넨과 흰 셔츠, 밝은 색 옷을 입는 날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여름 향수로 찾는다면 출근길 사무실이나 야외 산책에도 부담이 적어요.
확산이 오래 크게 이어지지 않아서 사무실 향수로 쓸 때도 무리가 크지 않아요.
다만 향이 가볍다고 여러 번 덧뿌리면 가까운 자리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처음에는 넉넉히 뿌리되 오후에는 한두 번 정도만 더하는 편이 좋아요.
반대로 겨울 저녁에는 물기 있는 향이 차가운 공기에 묻힐 수 있어요. 격식 있는 자리나 하루 종일 야외에서 활동해야 하는 일정에도 존재감과 지속력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고요.
여름 향수가 필요한 날에는 장점이 되지만, 저녁까지 단단하게 남는 향을 찾는 날에는 다른 기준으로 골라야 해요.
대체 향수, 아쉬울 때 비교할 제품
무화과의 초록빛만 깔끔하게 남기고 싶다면 이솝 비레레를 볼 수 있어요.
피코 디 아말피에서 자몽과 과일의 단맛이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을 때, 더 단순한 그린 계열로 옮겨갈 이유가 생겨요.
과일을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다면 조 말론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코롱이 있어요.
배와 프리지아가 중심이라 무화과와는 다르지만, 가볍고 촉촉한 과일 향을 원하는 경우에 비교할 수 있어요.
가격 부담을 낮추고 싶다면 캘빈 클라인 CK ONE도 있어요. 시트러스와 그린티 조합이고 지속력은 비슷하지만 향은 더 가볍게 느껴져요.
반대로 크리미한 무화과가 마음에 들었다면 르 라보 떼 마차 26을 비교할 수 있어요.
이 향에서 초록빛보다 부드러운 무화과 과육 쪽이 좋았을 때 넘어갈 제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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