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이더시스 후기를 읽다 보면 향은 좋다는 말과 이솝답지 않다는 말이 함께 나와서 처음에는 조금 헷갈릴 수 있어요.
마르고 깨끗한 나무 향에 교회나 성당 안에서 맡는 은은한 인센스가 섞여 있어 좋았다는 평이 많은데, 누군가는 이솝 특유의 결을 기대하고 갔다가 예상보다 선명하고 잘 퍼지는 향에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더라고요.
같은 향을 두고 왜 이렇게 다른 반응이 나오는지 알고 시향하면, 이더시스를 훨씬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이더시스는 2022년 조향사 바르나베 필리옹이 만든 오 드 퍼퓸이에요.
이솝 아더토피아 컬렉션의 네 번째 향수이며, 카르스트와 같은 라인업에 속해 있어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진 나르키소스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왔고, 현실과 거울 너머의 세계가 맞닿는 듯한 분위기를 향으로 풀어냈다고 해요.
탑에는 블랙 페퍼와 올리바넘, 프티그레인이 있고 중간에는 시더와 올리바넘, 커민이 이어져요. 마지막에는 샌달우드와 시더, 베티버가 남아 처음부터 끝까지 나무와 수지의 결이 흐르는 구조였어요.
이솝 이더시스, 기존 이솝과 달라 보이는 확산력의 정체
기존 이솝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천연 원료가 뭉근하게 퍼지는 느낌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아요. 향의 경계가 아주 또렷하다기보다 피부와 공기 사이에서 조금씩 섞이고, 확산도 조용한 편이라 가까이에서 맡을 때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제품들이 있었거든요. 이더시스도 인센스와 나무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은 이솝다운 흐름 안에 있지만, 향이 퍼지는 방식은 기존과 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 향은 우디 계열의 합성 원료가 뼈대를 단단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초반부터 형태가 비교적 선명해요. 마른 시더와 샌달우드의 결이 흐릿하게 번지는 대신, 한 번에 윤곽을 드러내고 바깥으로 뻗는 힘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솝 안에서는 확산력과 유지력이 유난히 안정적이고 좋다는 칭찬을 받아요. 주변에서 먼저 좋은 냄새가 난다고 물어봤다는 반응도 이런 성격과 연결돼 보여요.
다만 이 지점이 이솝답지 않다는 평가의 이유이기도 해요. 브랜드에서 기대하던 뭉근하고 독특한 자연 원료의 결보다, 완성도가 높고 정돈된 우디 인센스 향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향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히려 잘 퍼지고 오래 남는 이솝 향수를 찾던 사람에게는 장점이지만, 낯설고 흐릿한 이솝 특유의 개성을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맡을 법한 친절한 향으로 읽힐 수도 있겠더라고요.
이솝 이더시스 시향, 커민은 종이보다 피부에서 확인해야 해요
이더시스를 시향할 때 가장 중요한 원료는 커민이에요. 커민은 향수에서 조금만 튀어도 알싸하면서 쿰쿰한 땀 냄새나 체취 같은 인상으로 번지기 쉬워서 호불호가 큰 재료예요. 종이 시향지에 뿌렸을 때 블랙 페퍼와 커민이 만나면, 마른 나무나 인센스보다 이 불편한 부분이 먼저 잡힐 수 있어요. 종이에서 잠깐 맡고 바로 내려놓으면 향이 생각보다 거칠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겠어요.
그런데 피부에서는 커민이 오래 전면에 남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아요. 손목에 올린 뒤 몇 분이 지나면 시더와 올리바넘의 그늘 안으로 빠르게 묻히고, 처음의 알싸함도 부드러워져요. 올리바넘은 유향이라고도 불리는 수지 성분인데 이더시스에는 탑과 미들에 두 번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향이 전개될수록 매운 향신료보다 절이나 성당에서 피우는 인센스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기운이 더 잘 드러나는 편이더라고요.
시향은 종이보다 맨살에서 해야 하고, 적어도 30분 뒤를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안전해요. 블랙 페퍼와 커민이 한풀 꺾인 뒤 시더, 샌달우드, 베티버가 자리를 잡아야 비로소 이더시스가 어떤 향인지 보이기 시작해요. 인센스 향을 좋아한다고 해도 커민의 초반을 불편하게 느낄 수 있고, 반대로 종이에서는 별로였는데 피부에서 훨씬 맑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더라고요.
이솝 이더시스 지속력, 옷에 먼저 뿌리기 어려운 이유
이더시스의 지속력은 이솝 향수 안에서도 강한 편으로 언급돼요. 시더와 샌달우드, 베티버처럼 천천히 날아가는 우디 원료들이 촘촘하게 쌓여 피부에서는 여덟 시간에서 열 시간 정도 남고, 옷감에서는 이삼 일 뒤에도 은은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아침에 뿌리고 나갔다가 저녁까지 향의 중심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있어요.
확산도 처음 두세 시간은 팔 길이 바깥쪽까지 부드럽게 퍼지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여러 번 겹쳐 뿌릴 향은 아니에요. 인센스 계열 특유의 무게가 있어서 두세 번만 분사해도 충분하고, 더 많이 뿌리면 마른 나무의 깔끔함보다 답답한 수지 향이 크게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출근길이라면 두 번 이하로 시작하는 쪽이 무난해 보여요.
지속력이 길다는 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도 오래 남는다는 뜻이에요. 옷에 뿌렸는데 그날 커민이나 인센스가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며칠 동안 잔향을 계속 마주할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손목이나 팔 안쪽 피부에만 사용하고, 내 체온에서 커민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확인한 뒤 의류 사용을 생각하는 순서가 낫겠어요.
이솝 이더시스 활용, 가을 저녁에 인센스가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
이더시스는 푹푹 찌는 여름보다 선선한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향이에요. 날씨가 너무 덥다면 인센스와 수지의 무게가 텁텁하게 올라올 수 있고, 반대로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에서는 마른 나무 향이 충분히 피지 못해 닫힌 듯 느껴질 수 있어요. 비가 온 뒤 흙 냄새가 조금 남은 산책길이나, 가을 저녁 약속처럼 공기가 서늘한 날이 이 향의 균형을 보기에는 더 맞는 편이더라고요.
조용한 서점과 미술관, 전시 관람, 공연장, 차분한 바처럼 향이 크게 떠들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도 잘 어울려요. 울이나 트위드, 가죽, 코듀로이처럼 질감이 살아 있는 옷과 함께 쓰면 샌달우드와 시더의 마른 결이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어요. 다만 음식 냄새가 강한 식사 자리, 밝고 경쾌한 캐주얼 모임, 엘리베이터처럼 좁고 밀폐된 공간이 많은 날에는 이 향의 무게가 부담이 될 수도 있겠어요.
대체 향수, 나무와 인센스의 농도를 바꾸고 싶다면
이더시스의 마르고 서늘한 나무 향은 마음에 드는데 더 시크하고 깊은 샌달우드와 가죽 쪽을 원한다면 르 라보 상탈 33을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인센스보다 나무의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가져가고 싶은 사람이 시향해 볼 만한 방향이에요. 훈연한 홍차와 베티버의 쌉싸름함을 더 어둡고 묵직하게 보고 싶다면 르 라보 떼 누아 29가 이어지고요.
흙과 향신료의 원초적인 결을 더 강하게 느끼고 싶다면 로에베 어스가 다른 선택지가 돼요. 반대로 이더시스의 인센스와 우디 잔향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다면, 청량한 미네랄과 소금기 쪽으로 숨통을 틔워주는 이솝 카르스트를 함께 맡아보는 흐름이 맞겠어요. 이더시스는 종이에서는 커민이 먼저 남았는데, 손목에서는 시더와 올리바넘이 훨씬 오래 기억나는 향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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